[특별기고] 채상병 특검법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

석동현 편집고문 (변호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석동현 편집고문 승인 2024.07.10 19:04 | 최종 수정 2024.07.16 07:18 의견 0

21일 오전 국민의힘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입법부 권력을 사유화한 민주당이 최근에 주력하는 과제들 앞자리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고에 대한 특검 도입 건이 자리 잡고 있다. 순직 자체는 애통한 일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도 아닐 뿐 아니라 민생문제와도 거리가 멀고 사고에 대한 군 내부 감찰을 통해 책임을 물으면 족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군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느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느니 하면서 대통령을 망신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타격을 가할 거리도 된다는 계산 탓인지 거의 거당적 총력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그런 맥락에서 아직 야당 몫 인지부터 분명치 않은 법사위의 민주당 소속 위원장은 과거 특검 도입 시에는 없었던 청문회까지 열고서 출석한 공직자 등 증인들을 호통치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국회의원이면 무소불위라는 특권의식에 젖은 탓일 것이다. 특검 도입이 현실화되어 특별검사가 관련자들을 조사 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다그치고 압박해서는 안 될 터인데 하물며 청문회라 해서 불러놓고 저런 광란을 벌여도 될까? 저들은 채상병이 왜 변을 당했는지, 현장 상황의 법적 문책 범위가 어디까진 지보다, 오로지 대통령이 격노했는지 여부가 더 큰 관심사이다 보니 억지로 따지고 매달린다. 그 모습이 코미디는 저리가라이다.

야당 의원들의 청문회 광란

어떻든 야당이 프레임을 설정하여 정치적으로 벌인 대중 세뇌의 효과는 대단하다. 최근에 만나는 지인 중에는 정말 윤 대통령이 채상병 문제로 격노한 것이 맞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미 대중들에게 마치 대통령은 격노하면 안 되고, 만약 격노를 했다면 그 자체로 잘못한 일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 거다. 민주당의 입장에선 그것만이라도 벌써 남는 장사를 했다고 봐야 할까? 나는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사고 며칠 후 해병대 수사단의 조치계획 또는 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것이고 그 방향이 사단장까지 입건하여 넘기는 것이라면 윤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이나 성품상 초반에 그렇게 가볍게 결정 처리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약간 톤을 높여 말했을, (그것이 격노라면 격노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헌법상 군 통수권자이기도 하고 더구나 대통령이 되기 전 검사로서 크든 작든 사건·사고의 형사법적 처리에 수십 년의 경험과 식견을 가진 사람 아닌가. 그런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군 작전 내지 조직의 특성을 생각했건, 형사법적 책임의 인과관계를 생각했건 업무적으로 이건 이렇게 할 게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자신감 있게 말을 하였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톤을 높여 제대로 하라고 관계자에게 지시하였다고 한다면 그것이 왜, 무슨 잘못인가? 직원 한두 명 있는 가게 주인에서부터 대기업 공기업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장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상급자라면, 더구나 최고위 혹은 최종 판단권자라면 업무에 관해 이게 아니다 싶으면 하급자나 직원에게 큰소리칠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단 내에서 하급자 업무처리에 야단을 치거나 격노한 적이 없나. 네 편 내 편을 확실히 가리는 성품에다가 마음에 안들면 일가족에게도 화끈한(?) 언사를 구사하기로 유명한 민주당의 아버지는 그 조직 내에서 격노의 의사표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나?

대통령은 격노하면 안 되나?

문제는 대통령이 격노했느냐 여부가 아니라 때와 상황에 따라 격노할 수도 있는 것이고 격노를 했다면 왜, 어떤 취지로 했느냐가 관건이다. 책임자이거나 지도자라면 책임의 범위가 넓고 막중할수록 때로는 추상같이 단호하고 엄정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하물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매사에 좋은 게 좋다는 식이거나 온통 다 주변에 미루는 식으로 흐릿하면, 모든 것이 다 내 책임 (The Buck Stops Here) 이라는 최고지도자의 책임 의식은 구두선 내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현재 민주당의 광기 어린 폭주 태세로 보면 압도적 의석수를 기반으로 채상병 특검법도 일방 통과시킬 가능성이 거의 100%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힘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로 출마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까지도 특검 추천 방식을 달리한다는 조건 등을 걸긴 했지만 특검법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국힘의 다수 세력과 우파 시민사회는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하면서 여론이 양분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그 내용이 어떤 모양새건 아무래도 야당의 표풀리즘과 정치적 계산이 짙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그 법안에 윤 대통령이 다시 재의 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퇴행적이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꾸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시계

역대 여러 차례의 특검이 그랬던 것처럼 별 무익한 특검으로 인해 수십억대의 국가 예산 낭비가 벌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나아가 그보다 실질적으로 더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는 특검의 정치적 오남용으로 인해 기존의 일반 범죄 수사체계가(야당이 주도해서 만든 공수처까지 포함하여) 심히 왜곡되고 군 작전 지휘체계나 위계질서도 다 망가질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모든 조직에서 상급자의 당연한 지적과 야단조차도 이제 금기사항이 될지 모른다. 1분 1초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

석동현 편집고문
변호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국민희망저널 2024년 7월호 (제14호) 특별기고 |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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