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현 편집고문 | 변호사
보수 또는 자유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 국민의힘은 4년 전 제21대 총선에 이어(당시는 미래통합당)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국회의 개헌안 통과 및 대통령 탄핵소추 저지선(101석)만 겨우 지킬 정도로 좌파 야권세력에 또다시 궤멸적인 패배를 당했다.
4년 전에는 야당의 핸디캡을 안고 뛰었다지만, 이번에는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업은데다가 야당의 대표들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실형을 선고받아 임기 중에 당선이 무효화되고 교도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불량 후보였는데도 또다시 참패한 것이다.
특히, 전체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4년 전 참패한 이후에도 특단의 대처를 하지 못하다가 또다시 122석 중 19석(15.6%) 당선에 그쳐 4년 전 상황과 비슷하게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으로 전락한 것이 너무 뼈아픈 대목이다.
이로써 입법부의 권력을 또다시 4년 동안 좌파가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잔여 임기 중 내치(內治)는 여전히 야당이 동조하는 부분 외에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단지 나아갈 수 없기만 하나? 거대 야당과 개딸 같은 그 추종 세력은 오직 윤석열 정부를 망가뜨리거나 임기 중 붕괴에만 혈안이 되어 수시로 대통령과 정부의 발목을 잡거나 툭하면 특검, 툭하면 고위 공직자 탄핵 시도를 계속할 것이 뻔하다.
이 같은 좌파의 폭주에 여당의 무기력, 무전략과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는 여권 내부 분열 요소까지 더해지게 되면 정말 우리 헌정 체계는 또다시 대통령 탄핵 시도 등 엄청난 변고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시나리오이지만, 실제로는 언론까지 편향적이다 보니 야당의 이러한 오만과 폭주를 일반 국민의 상식과 분노 외에 달리 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보수우파가 이런 무도하고 불의한 상황을 극복하고 재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하여 다가올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우파가 다시 승리하고, 특히 4년 후 다음 총선에서는 1석이라도 더 이겨 의회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필자의 시각으로는, 지난 8년 혹은 4년간 국민의힘이나 그 소속 의원들이 보여준 행보나 인식 수준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식이면 국민의 힘은 지선, 대선 모두 위험할 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도 수도권을 수복하지 못한 채 영영 영남 자민련에 머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더욱이 이런 와중에 보수진영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부정선거론은 더 걱정스럽다. 마치 보수가(국민의 힘이) 선거에서 이겼는데도 누군가의 투개표조작으로 승패가 바뀐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보수 참패의 원인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개혁의 자세를 흐리게 만들 것 같아 걱정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실에서 자유우파가 재기할 방도는 무엇일까?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전 우파 애국시민들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의미와 초심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대선 당시 우리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기겁하여 10년, 20년 계속 집권을 장담하던 그들의 권력 연장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염원으로 똘똘 뭉쳐 정치 초보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필자는 당시 국민의힘의 조직력보다 장삼이사 애국시민들의 간절한 지지와 성원이 윤석열 후보 당선의 훨씬 더 큰 동력이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게 탄생한 윤석열 정부인만큼, 또 법조인 출신의 대통령인 만큼 채상병 특검법 같은 정치 모략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는 한편, 문재인 정권 시절 자행된 법치 유린, 내로남불의 잔재에 대해 관련자를 지위고하 막론하고 사법적으로 엄단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너무나 미흡했고 한동훈 전 법무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를 자각하고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확고한 문책을 함으로써 그런 모습을 열망하는 우파 애국시민들의 좌절감을 해소시키는 한편 그들에게 윤 정부를 지키겠다는 의욕을 고수하게 해야 한다.
둘째, 국민의힘은 지선, 대선, 총선 등 모든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는 수도권 지역을 평소부터 중시하고 챙기는 전략적 사고와 노력을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간 영남지역 출신자가 대부분이었던 국민의힘 지도부나 의원들의 태도는 정권이나 당의 승리보다 자신들이 계속 배지를 달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수도권 지역마다 포진한 야당 의원들이 대부분 엉터리들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익히 이름이 알려진 후보들이었다. 그들을 선거가 임박해서야 결정되는 보수 후보들이 단기간 활동으로 선거에서 이기기란 매우 어렵다.
셋째, 국민의힘 정당도 그렇고 보수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과정이나 기타 평소에 자신들을 열혈 지지한 사람들, 수고하고 고생한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고 챙기지 않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 좌파 야권세력이 자기네 지지자들 챙기는 것의 10분의 1이라도 챙기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챙기고 보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인데 보수정당은 그런 것에는 정말 빵점 수준이다. 그런 경향이 결국 우파시민사회가 이번 총선에서 다 등을 돌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넷째, 국민의힘은 당원뿐만 아니라 우파 시민단체 등 바닥지지자들과 늘 소통하거나 그들과 동지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20~40대 유권자를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MB나 박근혜 정권 때는 2030 유권자들을 붙잡기 위해 당 지도부에서 당 차원의 노력을 했지만, 탄핵 이후는 그런 노력이 미진했다. 오히려 당원과 일반 국민이 기존 관념을 깨고 획기적으로 청년 이준석을 당 대표로 뽑았지만 대선 이후 그 여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아쉽고 큰 패착이었다.
이상과 같은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우파는 다시 재건되어야 한다. 1948년 이숭만 초대대통령이 앞장서서 총선과 헌법 제정을 거쳐 대한민국을 새로이 건국한 이후 75년 역사를 돌아보면 폐허 속에서도 나라를 세우고, 반석 위에 올리며, 자원도 별로 안 나는 좁은 나라의 악조건에도 세계 속의 선진 경제 대국으로 만든 주동세력은 좌파가 아니라 근면성실한 우파국민들이었다. 앞으로도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면서 계속 묵묵히 나라를 유지·발전시켜 나갈 세력 역시 우파일 수밖에 없다.
우파세력의 재기를 위해 모든 우파시민들은 다시 벽돌 하나부터 새로 쌓아간다는 신념과 자각으로 뭉쳐야 한다. 정통보수 정론지를 지향하는 국민희망저널의 창간 1주년을 맞아 국민희망저널이 우파 진영의 소통수단으로서 그런 재기 노력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국민희망저널 2024.06 (제13호) 특별기고.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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