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이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교훈 및 시사점

홍성표 KIMA 국방정책실장 승인 2024.10.21 17:18 의견 0

홍성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정책실장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RAND 연구소 연구원 / 공군 대학원(AFIT) 교환교수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가자지구를 샅샅이 뒤져 하마스를 재기불능 상태로 도륙낸 이스라엘군은 이제 공세의 화살을 레바논 남부로 돌려 헤즈볼라의 테러분자들을 말살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9월 27일 이스라엘 공군은 벙커부스터 미사일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를 살해했다. 1992년부터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나스랄라의 사망으로 헤즈볼라는 중심을 잃고 지휘체계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마치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장 알 데이프가 살해되고 또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하면서 하마스의 지도체계가 와해된 것과 유사하다.

하마스 지도자들 | Marwan Issa; Khaled Meshaal; Mahmoud Zahar; Yehiya Sinwar; Ismail Haniyeh; Mohammed Dief (상 좌로부터 시계방향) ⓒBBC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무장세력 3천여명이 이스라엘의 차단벽 29곳을 부수고 넘어서 이스라엘의 축제장을 덮쳤을 때만 해도 팔레스타인은 승리의 기세를 타는 듯 했다. 이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200여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혀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즉각 전쟁을 선포하고 반격에 나서 하마스의 근거지들을 무차별 폭격하면서 전세는 바로 역전되었고, 이후 하마스는 수세로 전락되어 병원, 학교, 난민캠프 등을 방패삼아 도주하기에 급급했다.
1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하마스 지도부는 거의 다 제거됐고 지휘체계는 와해되었으며, 사망자 수는 팔레스타인 약41,500명, 이스라엘 약1,700명으로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가 24배 이상 많고, 가자지구의 도심도 60% 이상이 파괴되었다.1) 하마스는 실상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은 무모한 도발을 일으킨 것이다.

참조1-1) times of israel 2024.9.29

참조1-2) aljazeera 2024.9.29

팔레스타인의 영토 축소



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정치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이번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의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은 반드시 몇 배로 응징하여 갚아주고 유리한 입장에서 휴전을 한다는 전략이다. 제1차중동전부터 제4차중동전에 이르기 까지 이스라엘은 전쟁을 할 때마다 적들을 소탕하고 지경을 넓힌 후에야 휴전에 임했다. 1982년 Menachem Begin 수상도 레바논 전쟁에서 PLO를 북으로 몰아내고 그 지역을 점령한 후에 휴전을 했고,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팔레스타인의 영토 축소를 지도로 표시하면 앞의 <그림>과 같다.
네타냐후 총리는 빗발치는 국제적 비난과 국내정치적 압박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오직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적들을 재기불능상태로 몰아부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과도한 공세전략을 비판하며 말리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타냐후에게 등돌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잔혹한 공세전략을 반대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정작 이스라엘이 요구한 F-15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장비 판매는 지난 8월 13일에 또 승인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1주일 후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공습하여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했고, 네타냐후 총리의 UN 총회연설 직후에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했을 때에도 테러분자가 제거됐다고 두둔하는 평가를 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초기 반격작전으로 항공폭격을 가하여 가자지구 북부의 하마스 근거지들을 초토화시킨 다음 지상군들을 투입하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남으로 몰아냈고 개전 2개월 만에 남부의 중심도시 칸 유니스까지 점령했다.2) 12월 10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항복을 요구했지만, 하마스는 굴복하기는커녕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전략은 하마스를 뿌리 뽑아 가자지구내 저항세력들을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참조2) BBC News, 5 December 2023.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완전히 근절시키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들은 협소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으며 포기하고 살기에는 현실 여건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번 전쟁기간 중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지지율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안지구에서는 하마스 지지율이 12%에서 44%로 3배 이상 올랐고, 가자지구에서도 38%에서 42%로 상승했다.3) 이는 팔레스타인 모두가 엄청난 희생을 치루더라도 이스라엘과 싸워달라는 절실한 주문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참조3) 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 Poll: Hamas remains Popular among Palestinians, March 22, 2024.



이처럼 이-팔 문제는 4천년 이상의 갈등의 역사와 영토 분쟁, 그리고 민족의 사활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이므로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서 휴전이 되더라도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되는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스라엘 지도부의 과단성 있는 결단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공격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성있게 하마스를 완전 제거하기까지는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면서 병원, 예배당, 난민캠프, 학교 등을 불문하고 하마스가 잠복해있다는 정보만 있으면 가혹하게 폭격하여 초토화시켰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내외부 여론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결연한 자세의 구국 리더십이다.
대한민국은 오늘날 이같이 강력한 국가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포퓰리스트 정객들은 국민들이 원한다면서 분단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군복무 기간을 2년 이하로 단축하고 병력도 50만명으로 줄였다. 북한은 10년 복무의 정예군 128만명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2년 이하 복무 병력 50만명으로 감축한 것이다. 모름지기 분단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런 류의 인기영합 망국정책들은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매한 대중들은 반대할지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염려하는 지도자라면 이같은 시류를 단호히 배격하고 결단력있게 부국강병 정책들을 밀고 나아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다음은 이스라엘 국민들의 애국심이다. 사태가 발발하자 해외에 나가있던 유태인들은 공항으로 귀국 러시를 이루었다. 그 작은 이스라엘이 9개 아랍국들에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지난 70여년간 크고 작은 분쟁에서 매번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음은 하마스가 주는 시사점으로 충분한 군사능력도 없이 섣불리 도발하면 수십배의 응징보복을 당한다는 교훈이다. 하마스는 기세좋게 기습도발은 성공했지만 막상 이스라엘군의 반격에는 속수무책으로 종적을 감추기에 바빴다. 하마스 지휘부는 거의 다 제거됐고, 양측의 인명피해도 팔레스타인이 24배 이상 많다. 하마스는 득보다 실이 몇 십배 많은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이스라엘공군의 가자시티 공습 ⓒ연합뉴스/EPA
레바논 공습 ⓒ연합뉴스/ UPI
이스마일 하니예 장례식 ⓒ연합뉴스/AP



다음은 현대전의 승리는 항공우주력에 달려있다는 값진 교훈이다. 항공력이 없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막강한 항공폭격에 쫓겨 곧바로 수세에 몰리고 무고한 대중들을 방패삼아 무수한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막강한 항공력으로 원하는 표적들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정밀파괴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결정력을 발휘했다. 이같은 교훈은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방국가들이 백방으로 지원하고는 있지만 항공력이 없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습에 개전 초부터 수세로 몰리면서 돈바스지역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전 영토의 15% 이상을 러시아에 빼앗긴 채 수복을 벼르고는 있지만 러시아의 항공차단에 막혀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있다. 이는 현대전에서 국가방위를 제대로 하려면 강력한 항공력의 확보가 필수라는 값진 교훈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으로 현대전은 첨단 무기장비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첨단의 감시장비를 가자지구 차단벽에 설치했고, 또 물샐틈없는 방공망 아이언돔으로 무장했지만 하마스는 차단벽의 감시장비를 총격으로 무력화시켰고, 아이언돔의 용량을 초과하는 막대한 수량의 로켓포를 일시에 발사함으로써 기습에 성공했다. 첨단 무기장비를 믿고 있던 이스라엘에게는 청천벽력같은 기습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최첨단 무기장비라 하더라도 장병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단숨에 무너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전쟁 교훈이다. 🅿

국민희망저널 2024년 10월호 (제17호) 안보칼럼 |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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