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의 자랑스러운 영웅들...최용범과 김황태의 변화를 향한 도전과 희망

김민경 기자 승인 2024.10.30 00:43 의견 0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이 지난달 7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 쉬르 마른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카누(스포츠 등급 KL3) 남자 카약 200m 결선에서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젓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꿈은 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선수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꾸준히 도전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는 희망의 목소리겠다.

비장애인 카누 선수였던 그는 국제 무대에서 큰 성취를 이루겠다는 큰 꿈을 향해 한발 한발씩 나아갔다. 호사마다였을까. 2022년 3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고 후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다. 재활 병원에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주종관 코치와 맹찬주 대한장애인체육회 매니저가 패럴림픽 카누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엔 망설였다. 잘해 내리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깊은 회의에 빠졌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카누를 향한 사랑과 열정이었다.
김황태 선수가 지난달 2일 트라이애슬론 PTS3 등급 경기에서 1시간 24분 01초 기록으로 종합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순간, 김 선수가 십년간 꿈꿔 온 패럴림픽 완주의 꿈이 현실이 됐다.

2000년 8월,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전선 가설 작업 중 발생한 고압선 감전 사고가 나면서다. 두 팔을 잃은 그는 한동안 절망에 빠졌다. 절처봉생이라 했던가. 끝이 없을 것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끝내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김 선수는 마라톤을 시작으로 노르딕스키와 태권도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선수 최초로 2024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게 트라이애슬론이었다. 작은 희망이 큰 불씨가 돼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날의 감격을 그는 이렇게 전했다.

트라이애슬론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스포츠. 그래서 일까. 철인3종 경기라고도 불린다.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750m, 사이클 20km, 달리기 5km를 결합한 경기다. 모든 종목의 기록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린다.

그는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두 팔이 없었다. 수영이 가장 큰 난관이었으리라. 그는 "센강 유속이 너무 빨라 배영을 해야만 했다" 며 "익숙지 않은 영법이라 온몸에 쥐가 나서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영을 하다 보니 다리나 배 위에서 응원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서로 눈인사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김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완주에 성공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빛났다. "운동선수로서 목표한 바를 다 이뤘다. 하지만 패럴림픽 국가 대표 선수로서 훈련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담담하게 돌아온 답이다.

장애를 안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삶이 180도 바뀌었다는 김 선수. 그의 바람은 패럴림픽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장애인 선수가 무대 위로 오르는 것이다. 잊지 마시라, 그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긴 말. "운동을 하면 사회성도 좋아지고 삶이 윤택해진다. 밖으로 나와서 활동하라. 그 순간 삶이 달라질 것이다."

※ 패들로 희망을 항해하는 최용범

패럴림픽 준비과정은 쉽지 않았다. 체력과 정신력을 극한으로 밀어 붙여야 했다. 특히 여름철 야외 훈련 중 폭염과 다리의 상처는 그를 더욱 고통스럽고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그에겐 포기란 없었다.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엔 집중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벼린 끝에 결국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비록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단다. 그는 그 순간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이었다" 고 회상했다.

최 선수는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도 선정됐다. 태극기를 들고 한국 선수단을 이끌며 개막식이 열리는 주경기장에 입장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 뿐이랴. 기수로서 역할은 그 자체로도 큰 영광이었으리라.

그는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행진하며 큰 자긍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과 교류하며 2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은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을 묻는 질문에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2028년 LA 패럴림픽을 향해 꾸준히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매년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 궁극적으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꿈을 이루고 싶다.”

김황태와 최용범 선수의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정신은 패럴림픽 무대를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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