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 예술감독 송미숙 '삶을 몸짓으로 꿰어내다'

- 소멸하는 ‘무형유산’ 학문과 예술로 승화

박종선 편집위원 승인 2024.10.21 22:05 의견 0

송미숙 Song Mi Sook
-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 예술감독
- 사)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
- 사)한국춤협회 수석 부이사장
- 한국예술문화학회 회장
- 국가무형유산 진주검무 이수자
- 시도 무형유산위원회 위원
- 2005 한밭전국국악제 대통령상
- 2016 사)한국국악협회 국악대상
- 2021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 2023 한국전통예술인상
- 2023 표창장 국무총리상


인터뷰 | 박종선 편집위원

국가유산진흥원(전,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은 서울시 중구 퇴계로 36길 10에 자리하고 있으며, 1957년 대통령 직속 공보실에서 한국의집을 개관하여 영빈관 기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의집에서는 한식, 혼례, 체험, 공연, 대관, 업무를 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진흥원에 수탁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 한국의집 예술단은 1981년 창단한 이후 국내‧외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국내 최고의 전통 무용단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현재의 단원들은 그 명성에 걸맞게 풍부한 레퍼토리와 독보적인 기량으로 압도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가(歌), 무(舞), 악(樂)이 어우러지는 전통공연을 실현하고자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다채로운 공연 레퍼토리와 연출로 행사의 품격과 특별함을 더해가고 있으며, 송미숙 예술감독은 지난 ’24년 4월 공개채용으로 임용되었다.

배명균 선생님의 가르침

6남매의 맏딸로 태어난 송미숙 예술감독을 부모님은 군산에 제1호로 설립된 육정님무용학원에서 6살 때부터 무용을 배우게 했다. 초등학교 때는 무용 선생님에게 발탁되었고,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때 무용반 활동을 하면서 여러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하였다. 당시 중학교 2학년 때 군산에서 배정혜 선생 공연으로 배명균 선생과의 춤 인연이 시작되었다.
무대공연 마술사라는 불리셨던 故배명균 선생은 춤의 긴 여정에서 공연기획, 연출가, 안무가, 교육자로서 무용계 역사 앞에 본보기가 되었다. 지난 2019년 10월에 노환으로 별세하셨지만 춤 수련 과정은 매우 혹독했던 선생을 항상 떠올리곤 한다.
송 감독은 “배명균 선생께서 춤수련을 통하여 인내심과 도전에 대한 용기와 마음의 힘을 함께 불어넣어 주었다”며, 또 “무엇보다도 춤동작에 따라 호흡법과 움직임의 역학적인 구조, 예술가로서 지녀야 할 철학적 심미안까지 철저하게 훈련을 통해 가르침을 주셨다. 또한 선생님의 일상을 통한 언행과 춤 지도를 통한 모든 가르침으로 인하여 무용가로서, 교육자로서 살아나갈 수 있었던 근간이 되었다”라고 회고하였다.
송미숙 예술감독은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옛 춤꾼으로 그대로 옮겨갈 수는 없으나 오늘날 시간을 정해놓지 않는 춤을 위해 정진하면서 최선을 다하라는 그 말씀이 지금도 지나온 삶과 혼연일체를 이루어 연습장과 공연장에서 늘 함께하시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 집념이 현재의 단원들에게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래신검무를 추는 송미숙 감독 (사진: 박상윤 포토그래퍼)

춤은 나와 우주의 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송 예술감독은 “전통은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으며, 한민족의 실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월에 묻히는 것이 싫어 올곧은 받음을 위해 몸으로 언어를 배우고 온몸을 던진 춤꾼, 기품이 있으면서도 유유한 장단의 흐름과 함께 춤사위가 우아하고 동선이 고와서 신비로운 멋을 풍기는 것이 전통예인이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항상 춤은 “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삶에서 추어지는 것으로 어떤 장소에서 어느 춤을 추든 그것은 언제나 하나다. 즉, 춤은 나를 찾아 구체적인 몸짓으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마음자리를 짚어 보는 것으로 나와 우주의 합일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지 않으냐”라고 되묻는다.
송감독은 무용인의 삶이란 “스스로 가야 하는 이 길 위에서 때로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스승이라 생각하고, 때로는 어떤 가르침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가야 하는 길이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마음의 화두를 찾아 어리석음을 벗어버리고 청정한 본성을 찾아가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라고 하였다.
춤을 배우고, 연구를 위해서라면 지금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그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藝人들을 찾아 춤거리를 정립해 온 지 반백 년이 흘렀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전통춤 시연활동을 통해 이를 알리면서 논문발표와 저술 활동을 춤 관련 전문지에 기고해 왔다.
송미숙 예술감독이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는 것은 2000년 12월 유청자 선생을 만나 전수받은 ‘안성향당무’ 중 살풀이춤인 ‘홍애수건춤’이다. 이 춤은 백단(白丹)수건을 무구로 수건 두 가닥을 추슬러 긴장감과 흥미를 배가시켜 동작이 유연하면서도 담백한 춤사위가 전혀 가볍지 않은 민속춤이다.

왼쪽부터 홍애 수건춤, 승무, 진주교방굿거리 춤을 추는 송미숙 감독 (사진: 박상윤 포토그래퍼)



안성향당무는 ‘안성의 향당’이라는 악‧가‧무 전수기관에서 교습하던 춤으로 민중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춤이다. 그동안 국내 주요행사 및 명인·명무전 공연에서 선보였고, 해외에서도 워크샵을 통해서 전통춤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안성향당무에 대한 학문적 노력으로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고, 2004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서발간사업으로 선정되어 ‘안성향당무’ 무보를 발간하게 되었다.
曉閏 송미숙 한국의집 예술감독은 숙명여자대학교를 거쳐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1)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81년 군산에서 중앙여중, 영광여중, 영광여고의 무용교사로 재직하다가 결혼 후 학교를 그만두고 87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작업을 하면서 춤에 대한 열정을 풀어갔다.2)
송미숙 감독은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살아온 지금, 새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수행의 삶과 춤이 있는 세상 속에서……. 이 길 위에 서게 해주신 모든 선생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제가 기획한 “한국예인의 명작‧명무전, 젊은 춤꾼들의 창작무대인 ‘춤깔전’, 악가무가 어우러지는 ‘한국춤 풍류전’, 다양한 컨텐츠가 어우러지는 ‘공감예무를 말하다’ 등을 통해 예능인들에게 다양한 무대를 제공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 예술감독, 송미숙 아트디렉터는 단원들이 전통예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춤이 있는 이 길 위에 서게 해주신 모든 인연에 감사한 마음의 뜻을 담았다. 🅿

1) 송미숙 감독은 숙명여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우리춤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개발과 적용효과)에서 교육학 박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2) 2005년 제10회 한밭전국국악경연대회 명무부대통령상 수상.

국민희망저널 2024년 10월호 (제17호) Artist |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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