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1)] 행위 중독과 물질 중독
사람의 보상회로가 무엇에 의하여 충족되는지가 인간성과 품성의 주요한 척도가 된다.
나의 행동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보상회로를 가지자.
김지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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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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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addictuoj)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쓰나미에 휩쓸려가고 있다. 중독의 라틴어 어원은 ‘addicene’으로 ‘양도 혹은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고대 로마 법정에서 ‘addict’이란 잡혀서 감금된 노예, 즉 주인에게 넘겨져 자신에 대한 주권이 없는 사람을 의미했다. 노예들은 어떤 사물들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들인데 이러한 사람들을 당시에는 ‘addict’, 즉 현대어 ‘중독’과 동일한 단어로 사용했던 것이다. 중독은 중독자들 스스로가 그 무엇의 노예가 되어 점차 무기력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신체적, 심리적 또는 사회적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의존하는 특정 행동이나 물질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불안, 자극성, 떨림 또는 메스꺼움 등 명확한 금단증상을 유발하는 습관성 물질, 행동에 대한 강박적, 만성적, 생리학적, 심리적 욕구를 말한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중독(addiction)이 알코올, 니코틴, 마약류 등의 물질에 의존성을 가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특정 행위 즉 도박중독, 쇼핑중독, 성행위 중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중독을 단순히 심리적 변화와 의존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20세기 중반 이른바 뇌의 주요 구조 중 하나로 ‘보상회로’가 발견되면서 중독은 뇌의 직접적 변화와 관련됨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러는 쥐의 뇌에 전극을 심고 케이지에서 전류 자극을 주며 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쥐는 전류 자극을 통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계속 페달을 밟았다. 실험 쥐는 음식 섭취나 교미 등을 모두 거부하고, 마치 중독된 것처럼 오로지 전류 자극을 얻기 위해 페달을 밟기만 하는 중독 행동을 보임으로써 뇌에는 쾌락에 관련된 중추, 즉 보상회로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뇌 중간에 위치한 ‘복측피개영역’에서 출발한 외부 자극의 전달이 측좌핵, 해마, 전전두엽 등 이른바 보상회로에 전달됨으로써 방출되는 도파민이보상과 중독의 핵심 물질임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보상회로의 영역이 대뇌피질 전반까지 뻗어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 등장하는 등 보상회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 보상회로의 도파민이 어떤 방향으로 배선되느냐, 우리의 보상회로가 무엇에 의해 자극받고 만족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의 인간성과 성품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악한 것으로 보상회로를 충족시키기를 일삼는 삶과 선한 것으로 보상회로를 충족시키기를 일삼는 삶은 그 열매가 확연히 다르다. 특히 악한 행위와 물질에 의한 반복적 보상에 길들여져서 습관화, 금단증상까지 생기는 중독적 상황에 이르게 되면 삶 자체가 파괴되고 자신과 가족, 삶의 의미와 목표를 잃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보상회로에서 나오는 도파민 자체는 절대로 악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것에 도파민 회로가 배선되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천부적으로 주어진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떻게, 무엇에 동기부여가 되어 왔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진다.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도파민을 방출하는 만족과 보상의 행위지만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교육으로 인하여 동기부여가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육자들은 아이들에게 선한 동기부여를 지속해 도파민의 배선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완성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했는데 마약 중독자가 되었네요”라고 한탄하는 중독의 세대가 아닌,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행동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져서 저도 기뻐요”라고 말하는 세대, 기꺼이 도파민의 행로를 건설적으로 배선해 성장하는 세대로 키울 때 우리 아이들은 중독과 싸워 이길 힘을 얻게 된다. 🅿
국민희망저널 2024년 10월호 (제17호) 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1) | 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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