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에세이] 얘야, 목에 가시 걸릴라 천천히 먹어라!

자식들을 위하여 헌신해 온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준비는 하지 못한 채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김기영 편집위원 승인 2024.10.21 21:33 의견 0

김기영 편집위원
전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복지행정학 박사



"얘야, 목에 가시 걸릴라 천천히 먹어라."
“엄마도 생선살 드세요”
“아니다. 나는 생선머리를 제일 좋아한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생선머리나 고기 비계를 즐겨 드셨다. 나는 그것이 가장 맛있는 부위인 줄 알고 자랐다. 그러나 철이 들고 보니, 부모님이 생선머리와 비계를 드신 것은 맛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을 희생했던 사랑의 표현이었으며, 자식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신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들은 무엇을 먹고 입을지조차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자식들 생각만으로 행복하다며,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자식의 앞날을 위해 희생했던 부모님은 늘 자식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의 욕구는 뒤로 미루었다. 외출할 때 입을 옷 한 벌 없이 자식들 입히고 먹이느라 바빴던 부모님들, 모든 것을 자식에게 주고 나면 노후에 남는 것은 빈곤, 절망, 그리고 회한뿐이다. 여러 명의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들의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모님들은 막막한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빈곤율은 47.2%에 달하며, 그중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2.1%로 10명 중 약 7명의 노인이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사별이나 이혼 등의 이유로 여성 홀로 사는 1인 가구는 더욱 빈곤과 안전에 취약한 상황이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으나,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 또한 매우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노인 1인 가구의 어려움은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절실해진다. 명절이나 연말에는 자원봉사자들마저 각자의 가정을 돌보기 위해 봉사활동을 쉬게 되어, 노인들은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기 일쑤여서 명절이나 연말 연초에는 사회적 고립감이 고조된다. 100세 시대에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후의 삶은 길어지지만 행복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로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은 “젊었을 때 노후의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자녀 1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요즘도 2억 5천만 원이 든다는 현실 속에서 예전 부모들은 여러 명의 자녀를 둔 관계로 자신의 노후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자식을 잘 키우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해 온 것이다. 자녀 양육에 모든 에너지를 쏟은 그들에게는 노후 준비는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노후에 자신을 돌볼 시간과 자원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회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현재 지방에는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들이 많아,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귀촌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자체에서 직접 빈집을 개조해 주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 귀농·귀촌에 필요한 상담과 지원은 물론, 노인 일자리 주선등을 통해 시골에서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새로운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도시의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골에서의 정겨운 전원생활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자립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노후를 미처 챙기지 못한 부모님 세대에게 이제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욱더 다양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실행되어야 할 때이다.
부모님의 헌신이 더 이상 빈곤과 고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사회가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

국민희망저널 2024년 10월호 (제17호) 10월 에세이 |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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