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하이예크

자유시장경제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신자유주의 철학의 거두(巨頭) 하이예크는 ‘정부만이 이상사회를 설계할 수 있고, 가장 완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는 주장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리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정부가 개인과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경고하였다.

최용민 편집위원 승인 2024.09.16 18:03 의견 0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1899~1992)


하이예크(Hayek, 1899-1992)는 비엔나에서 출생하여 자유시장경제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였고,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자유시장경제의 옹호자이면서 통화주의(Monetarism)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자유주의(自由主義)의 전도사였으며,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대처리즘(Thatcherism)을 낳은 보수주의(保守主義)의 거두(巨頭)였다.
그런 측면에서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 퍼블릭 초이스(Public choice) 이론의 주창자인 제임스 뷰캐년(James Buchanan), 그리고 로널드 코저(Ronald Coase) 등과 함께한다. ‘자유 사회만이 인류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하이예크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자유주의의 대변인이다”라고 평했다.
자유주의가 인류 번영의 유일한 길

하이예크는는 자유주의 투사(鬪士)다. 자유주의가 인류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법치주의, 자유와 재산의 보호,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한 그는 국가 관료주의(官僚主義)는 ‘정상적인 번영의 길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하이예크는 사회주의란 ‘노예(奴隸)의 길이며, 치명적 자만(自慢, Fatal Concit)이다’라고 하면서, 인류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유시장만이 답’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은 사회주의(社會主義)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사회주의가 득세하던 시대를 ‘실험의 시대’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국가 관료시대가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예크는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제한된 민주주의’를 주장하였다. 사회주의를 이기기 위해서는 경제학만으로는 부족하며,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도 경제학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즉, 학제적(學際的)・융합적(融合的)인 폭넓은 연구를 하고, 법, 정치철학, 윤리학, 과학철학, 심리학, 역사철학 등을 두루 통섭(統攝)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1962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강의에서, 물리학자는 물리, 화학자는 화학만을 연구해도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지만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제적 연구(學際的 硏究, Interdisciplinarity)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이예크는 저서 <노예(奴隸)의 길, 1944>에서 경제학이 사회주의를 이긴다고 기술하면서, 엄정한 필치로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심오한 철학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함과 동시에, 시장경제를 정당화하였다. 1947년 하이예크가 초대회장을 맡았던 ‘몽펠르랭협회(Mont Pelerin Socity)’의 결성은 자유주의가 확산(擴散)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근본적 무지(無知)’가 문제 발생

전통적으로 계몽주의는 인간을 이기적이며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사상적으로 데카르트, 홉스, 루소, 케인즈, 롤즈, 칼 막스가 이와 함께한다. 이러한 사상은 그 당시의 ‘구성주의적 합리주의’의 지배적 관점이었다. 즉, 인간은 완전한 이성을 갖고 있으며, 이성에 의해 세상을 조정,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와 사회주의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이예크는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은 구조적으로 무지(無知)하며 한줌의 얄팍한 지식만을 갖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언노운 이그노런스(unknown ignorance) - 인간은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 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무지의 지(無知의 知)’를 설파하였다.
그는 <센서리 오더(The Sensory Order, 1952)>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책은 요즘 각광받고 있는 ‘두뇌과학 책’의 효시(嚆矢)라고 불린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경험은 제한적이며, 각자의 삶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인식하고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지식은 완벽하지 않으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감각적(感覺的) 지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각적 질서’란 정리되지 않는, 혼란스럽게 보이는 외부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정리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의 ‘근본적 무지(無知)’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사 모든 일을 지식의 문제로 귀결시켰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도 지식의 부족 때문인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지식의 희소성(稀少性)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즉, 지식이 없기에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완전한 사회주의라면 시장(市場)은 필요 없게 된다.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번영(繁榮)이 가능한가? 시장, 도덕, 법의 필요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인간은 구조적으로 무지(無知)하며 온전한 데카르트라면 시장은 필요없을 것이다.

전지전능한 정부와 인간은 있는가?

정부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한가? 전지전능한 정부와 인간이 있는가?
정부는 자만하지 말고 규제를 풀어야 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인간은 지식이 부족하기에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計劃經濟)는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1989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번영할 수 있다’라고 사회주의 몰락 수개월 전까지 주장하였다. 존 롤스(John Rawls)는 생산수단 없는 사회주의 경제도 자본주의만큼 훌륭하다고 한 바 있다. 하일브루너(Robert Heilbroner)는 인간의 이성이 발전하면 사회주의가 성공한다고 하였다.
하이예크는 <치명적(致命的) 자만(The Fatal Concit), 1988>에서, ‘정부만이 이상사회를 설계할 수 있고, 가장 완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는 주장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指摘)하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리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정부가 개인과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경고하였다. 정부의 그릇된 판단과 개입은 늘 실패(失敗)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그는 사회주의와 복지국가도 결국 ‘지식의 부족(不足)으로 몰락했다’고 결론지었다.
세상사 성패(成敗)는 결국 지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는 <센서리 오더>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통제(統制)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21세기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철학의 거두(巨頭), 하이예크의 깊고 광활한 학문의 세계를 곰곰이 재음미해 본다. 🅿

최용민 편집위원
행정학 박사, 사회복지학 박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국민희망저널 2024년 9월호 (제16호) 서양철학 | 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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