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에세이] 사돈과의 속초 여행

김기영 편집위원 승인 2024.09.16 17:59 의견 0


5678, 4명이 속초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50대부터 8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구성된 이 여행자 중 세 명이 1인 가구였다. 1인 가구 증가를 이렇게 일상에서 체감했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는 전 가구 중 4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모임에는 퇴임한 교장, 교장의 막내며느리의 친정어머니로 대구에 살고있는 사돈, 그리고 50대 여성이 함께했다. 활력이 넘치는 여인들이 모인 차 안은 삶의 이야기로 활기가 넘쳤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열정적인 80대의 퇴임 교장과 70대의 대구 사돈이었다. 대구 사돈은 젊은 시절 큰딸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남편을 여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녀의 큰딸은 어린 나이에 소녀 가장이 되어 동생 셋을 돌봐야 했다. 이 큰딸이 바로 교장의 막내 며느리이다.
교장은 혼자서 아이 넷을 훌륭히 키워낸 사돈의 이러한 고생을 보상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최근 홀로 되면서 더욱 대구 사돈이 안타깝게 여겨졌다고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이번 속초 여행은 교장의 큰아들이 속초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관계로 그의 초대로 계획되었다. 대구 사돈은 교장의 작은 아들 쪽 사돈이기에, 이번 여행은 대구 사돈이 '큰딸의 시숙' 집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교장이 속초 큰아들네로 여행을 간다고 하자, 대구 사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구에서 바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흔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두 분은 '사돈'이라는 단어의 거리감이 무색할 만큼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대구 사돈이 서울에 오게 되면 딸네 집이 아닌 사돈네 집으로 먼저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외롭게 사는 것보다 사돈끼리 모여 사는 것도 하나의 새로운 가족 형태가 아닐까 싶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의 형태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제는 1인 가구의 시대가 열렸다. 특히 노인 인구 중 24.1%가 홀로 살고 있으며, 이는 네 집 중 한 집꼴이다. '화장실과 사돈네는 멀어야 한다'는 옛말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다. 사돈끼리 함께 모여 사는 것도 새로운 가족 형태로 고려해 볼 만하다.
지난봄 지리산 화엄사 여행에 이어 이번 속초 여행에서도 서로를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다정하게 지내는 두 분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겹고 따뜻해 보였다. 🅿

김기영 편집위원
복지행정학 박사,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국민희망저널 2024년 9월호 (제16호) 9월 에세이 | 89P

저작권자 ⓒ 국민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