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욕老慾의 광복회장이 설 자리는 없다

석동현 상임고문 승인 2024.09.16 17:00 의견 0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19회 광복절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연합뉴스

국민통합과 경축의 장이 되어야 할 광복절 기념식이 올해는 두 동강 난 채 치러졌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노욕과 옹고집이 촉발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 광복회장은 독립 유공자의 후손 중 한 명에 불과할 뿐, 그 자신은 나이로 볼 때 광복과 그 3년 후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아무런 기여도 한 바 없고, 성장한 후에는 특이하게도 보수정당인 민정당에서 네 번의 국회의원과 정당의 요직을, 민주당으로 옮겨서는 국정원장을 지내는 등 좌우를 넘나들며 마른 땅만 디뎌온 사람이다.
문재인의 대선 후보 시절 선대위 고문을 지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어지지 않았던 광복회장직을 윤석열 대통령이 맡겼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착각한 채 독립기념관장 인사를 두고 느닷없이 정확한 개념도 아닌 뉴라이트를 거론하는가 하면 윤 정부에서 전혀 거론된 적도 없는 건국절 제정 음모론까지 참칭하면서 독립기념관장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그러자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흔들 구실만 찾던 야당 세력이 얼씨구나 가세한 결과가 올해의 광복절 풍경이었다.
이 광복회장이 주도한 별도의 광복절 행사는 광복절 기념행사라기보다 좌파 세력과 야합하여 윤 대통령과 정부를 조롱하는 저급한 정치 쇼에 가까웠다. 야당 정치인들이 우르르 몰려가 앞자리를 점유한 뒤 그 자리에서 당치도 않은 윤 대통령 퇴진 구호까지 나왔음에도 이 광복회장은 그런 언동을 주최자로서 제지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런 노욕의 정객에게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광복회 수장직을 계속 맡겨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열화와 같이 쏟아졌다.
더 웃긴 것은 사태 전개 과정에서 이 광복회장의 그런 저급한 몽니의 원인이 자신이 독립기념관장으로 밀었던 사람이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사실과, 과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당시 정부의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행사에 자신이 고문까지 맡았던 사실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더 몰골이 추해져버렸다.
역대급 소란을 야기한 광복절은 그날 하루로 지났지만, 수많은 국민이 졸지에 뉴라이트 친일파가 되어버렸다. 정말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국경일 중의 국경일이라 할 광복절 기념식을 망치지 않으려 성의껏 설득했던 윤 대통령을 이 광복회장은 보란 듯이 뿌리쳐 버렸다. 나라의 얼굴이기도 한 대통령을 아직도 자기 아들의 학교 친구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였다. 그 연세이면 살아오면서 받은 혜택과 세상에 진 빚을 갚기에도 모자랄 터인데 왜 이렇게 노욕을 부리며 새로운 빚을 지고 쌓는 것일까?

올해처럼 그 성격을 두고 매년 친일 논란이 벌어질 뿐 아니라 좌우 진영이 갈라져 각각 치러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광복에 공을 세운 당사자분들이 이미 다 돌아가신 마당에 광복회란 단체와 광복회장이라는 직책을 계속 두면서 광복절 기념식에 역할을 맡길 필요가 있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논의해 볼 일이라 생각한다.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제헌헌법에 기초하여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갖춘 온전한 국가로 대한민국이 탄생한 1948년 8월의 정부수립을 애써 부정하고 깎아내리는 이런 광복회장과, 또한 늘 과거사에 사로잡혀 친일몰이에 매달리고 죽창가를 부르며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야당이 있는 동안은 매년 광복절마다 이런 소동이 반복될 것 같다.
광복절이 국경일로 지정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였고, 광복회가 만들어진 것은 그보다 한참 후인 1965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또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광복절 기념식에선 관례적으로 광복회장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보다 먼저 연설한다. 광복절이 광복회의 행사인가? 아니지 않나.
광복회가 있든 없든, 광복회장의 사고체계에 관계없이, 1945년 8월에 이 땅에 광복이 왔고 1948년 8월엔 국제사회가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은 영구히 변할 리 없고, 온 국민이 경축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해처럼 그 성격을 두고 매년 친일 논란이 벌어질 뿐 아니라 좌우 진영이 갈라져 각각 치러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광복에 공을 세운 당사자분들이 이미 다 돌아가신 마당에 광복회란 단체와 광복회장이라는 직책을 계속 두면서 광복절 기념식에 역할을 맡길 필요가 있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논의해 볼 일이라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일본제 소재, 부품, 장비 없이는 제조업이 마비되고 수백만 국민들이 일본을 관광하러 가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표현대로면 뉴라이트가 넘치는 시대에 와 있다.
더구나 지금은 1945년 8월 일본 패망 후 혼돈의 국제사회와 국내 정국에서 한반도의 남쪽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게 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정부 수립 80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겨우 윤석열 정부가 건립하려 하고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시점이다.
그런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이제 경제력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문화 콘텐츠에선 오히려 일본을 더 앞설 만큼 성장했을 뿐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을 시대착오적으로 뉴라이트 친일파로 낙인찍으려는 과대망상과 노욕의 광복회장이 설 자리는 이제 더 이상 없다. 🅿

석동현 상임고문
변호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국민희망저널 2024년 9월호 (제16호) 특별기고 | 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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