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①] 윤석열 대통령 중앙아시아 3국에 K 실크로드 개척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월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은 글로벌 중추 외교의 성공적 진전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특화 외교 전략인 한-중앙아시아 ‘K 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발표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잇는 윤 대통령의 세 번째 지역 전략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경 에디터 승인 2024.07.09 12:36 | 최종 수정 2024.07.09 13:44 의견 0

윤석열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부터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들 세 나라는 중앙아시아 5개 국가 중 경제 측면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 그래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자원 부국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미래 핵심 산업인 원자력,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분야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했다. 이들 나라에 새로운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길을 연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또한 ‘K-실크로드’ 구상을 본격 추진 했다.

K-실크로드는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이다. 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3국 정상들은 모두 윤 대통령과의 개별 양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강조했다. 경제협력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공동 인식을 확인한 외교 성과였다.

투르크메니스탄, 대규모 플랜트 사업 협력 약속

윤석열 대통령과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10일부터 이틀간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이루어지는 역대 세 번째 정상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두 나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특히 에너지와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 대규모 플랜트 사업 협력을 약속했다. 또 조선, 보건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독립기념탑 인근 공원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에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투르크메니스탄 독립 기념탑에 헌화하고 식수했다. 저녁에는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양국 기업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현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투르크메니스탄의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과 별도 면담도 있었다.

카자흐스탄, 원전 건설 사업 진출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1일부터 13일까지 중앙아시아에서 경제력이 가장 큰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리튬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등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윤 대통령과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 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전력산업 협력 양해각서’는 앞으로 대한민국 기업이 카자흐스탄의 낡은 발전소 현대화, 가스 복합 화력발전, 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대규모 사업에 진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제1호 원자력발전소 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원전 건설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카나트 샤를라파예프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장관, 한-카자흐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 서명.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두 나라 공연단이 함께하는 문화 공연을 토카예프 대통령과 함께 관람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의 고속철 차량 수출 계약 체결

윤석열 대통령, 한·우즈베크 공동성명 서명.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을 13일부터 15일까지 방문했다. 중앙아시아 내 최대 규모인 17만 명의 고려인 인구가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오랫동안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력해 온 ‘특별 전략 동반자’다. 윤 대통령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그 결과 이날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한국의 고속철 차량 수출 계약이 체결되었다. 현대로템이 2,700억 원 규모의 고속철 42량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의 첫 번째 수출 사례다. 앞으로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고 고속철도 운영 등에도 참여하는 등 양국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우즈베키스탄 지역난방 현대화 협력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지역난방 인프라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 기반도 강화되었다. 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고속도로와 상수도 사업 등 우즈베키스탄 국책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여 ‘수르길 가스화학 플랜트 사업’의 뒤를 잇는 양국 인프라 협력의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하여,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며 “텅스텐, 몰리브덴과 같은 광물을 대상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하고, 경제성이 확인되는 경우 우리 기업이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과 주파르 나르줄라예프 우즈베키스탄철도공사 사장,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고속철 6편성 공급계약. Ⓒ연합뉴스

특히 윤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을 위한 한-우즈베크 양자 협상이 최종 타결되어 이번 계기에 서명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대한민국은 우즈베키스탄 WTO 가입 작업반의 의장국으로서 우즈베키스탄의 조속한 WTO 가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고순도 희소금속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정련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희소금속센터’ 프로젝트 협력은 물론 국방·방산 분야 협력도 정보통신과 사이버, 국경 경계 시스템, 항공기 등 방산 장비 분야로까지 확대하기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해 개소한 우즈베키스탄의 창업 촉진센터를 방문해 양국 혁신 미래 세대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1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즈베키스탄의 고 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을 역사 도시에서 마무리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 창설

윤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은 글로벌 중추 외교의 성공적 진전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특화 외교 전략인 한-중앙아시아 ‘K 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발표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잇는 윤 대통령의 세 번째 지역 전략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고도시 사마르칸트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K 실크로드’는 자유·평화·번영의 비전을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함께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행, 융합, 창조라는 3대 협력 원칙을 제시하고 자원 협력(Resources), 개발 협력(ODA), 동반자 협력(Accompany), 체계적 추진(Drive)을 통해 이를 구체화해 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K 실크로드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하고 내년에 국내에서 첫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밝힌 중앙아시아 협력 구상은 앞으로 대한민국과 중앙아시아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국민희망저널 2024년 7월호 (제14호) COVER STORY |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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