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이집트발전협회(KEDA·회장 강웅식)가 국내 기업들의 이집트 진출 및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5~31일까지 국내 기업과 단체 21곳 대표단을 이끌고 이집트를 방문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협회는 1991년 영국 합동지휘참모대학(JSCSC)의 전신인 왕립육군참모대학에서 강 회장과 함께 유학한 압델 파타 엘시시(70) 이집트 대통령 요청으로 양국 간 민간 경제교류 및 우호증진을 위해 설립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강 회장을 비롯해 협회 임직원, 삼부토건과 화장품회사 토니모리, 철도차량부품 제조업체 이스턴R&E, 중소기업진흥회, 한국피복협동조합 등 21개 기업 및 기관 대표 등 24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26일(이하 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방문 기간에 이집트 측 KEDA 고문인 무스타파 하드우드(Mustafa Hadhoud) 전 베히라 주지사와 오사마 엘 바즈(Osama El Baz) 전 장군, 에쌈 애들리(Essam Adly) 전 군조달청 부청장이 일정을 같이 했다.
방문단은 첫날부터 주한이집트대사관(대사 김용현)을 방문, 최병선 공사 겸 총영사를 비롯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 한국수출입은행 현지 책임자들로부터 이집트 경제 상황과 투자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이번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김용현 대사는 오는 6월4∼5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정상회의 참석을 앞둔 무스타파 마드불리(Mostafa Madbouly) 총리와 면담 관계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최 공사는 이 자리에서 “이집트는 7000년 역사를 가진 인구 1억1000만 명의 활력 넘치는 나라로, 국민 평균 연령이 25세로 젊고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향후 50년간 가장 성장할 국가 7위에 오른 나라”라면서 “국내 기업들에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는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카이로에 사무소를 개소한 수출입은행 이현정 이집트주재원장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경제교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경협증진자금(EDPF)을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자세하게 소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협회의 사절단은 설명회가 끝난 직후 이집트 3선 의원이자 알수디 그룹 회장인 살라 알수디(Salah Alsoudi) 의원을 KEDA 명예회장으로, 오사마 전 장군을 상임고문으로, 에쌈 전 부청장을 고문으로, 이집트 국영 신문인 알아흐람(Al Ahram)의 니빈 쉐핫(Niveen Shehat) 편집국장을 언론 고문으로 임명하는 행사를 가졌다.
방문단은 이틀째인 27일 오전 수에즈운하경제특구청을 찾아 이집트정부가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한 수에즈운하경제특구(SCEZ) 현황을 청취하고 입주 조건 등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관급인 왈리드 가말 엘디엔(Waleid Gamal Eldien) 청장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이제 더 이상 한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상황을 수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게 중요해졌는데 우리 특구가 바로 그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특구를 통하면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성공적인 사업을 이룰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왈리드 청장은 방문 기업 관계자들과 일일이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했는데, 토리모리 측에 생산 제품 유형과 주요 화장품 품목, 해외 진출 현황 등을 질문하면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수에즈운하경제특구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단계에 걸쳐 서울 면적(605.21㎢)의 75%에 해당하는 455㎢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특구는 포트사이드(Portsaid), 콴타라(Qantara), 이스마일리아(Ismailia), 아인 소크나(Ain Sokhna) 구역 4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 아인 소크나 구역이 186㎢로 가장 규모가 크고 수도 카이로에서 67㎞ 가량 떨어진 신행정수도와 가까운데, 특구청은 한국 기업이 이 구역으로 입주하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이 구역에서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이집트 최대 가전회사 엘 스웨디(El Sewedy) 그룹이 한국 기업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에즈운하경제특구청은 특구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들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토지에 대한 외국인 권리를 100% 인정하며 5년간 외국인 투자자 거주 허가를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집트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았으나 유럽연합(EU),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남미공동시장 메르크수르,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범아랍자유무역지대(GAFTA) 등 105개국과 FTA를 맺고 있어 국내 기업이 이집트에 진출한다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공략하는 데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구청 방문 현장에서는 강 회장과 왈리드 청장, 이의시 이스턴R&E 회장이 이집트 철도차량 제작회사인 NERIC이 이집트철도청으로부터 수주한 화차 500량과 대차 1000대의 공동 제작하는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했다.
대차는 객차와 화차 밑에 장착되어 축을 회전시켜 주행능력을 높여주는 핵심 장치로, 이스턴R&E는 이번 협력으로 이집트 철도사업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종단철도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강 회장은 “이번에 20여개 기업이 방문했지만 중소기업진흥회와 울산상공회의소 등에서 관심이 커 하반기에는 더 많은 기업이 함께 할 것”이라며 “양국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이집트가 ‘나일강의 호랑이(Tiger of the Nile River)’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한국에서 이집트까지 직항로가 개설되면 현재 20시간 걸리는 것이 9시간으로 크게 단축돼 양국간 교류와 우호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집트 정부 측에서 직항로 개설을 적극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방문단은 아인 소크나 구역에 조성된 중국산업단지(TEDA) 현장을 둘러보고 중국 입주기업 관계자과 면담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7㎢ 규모의 TEDA 조성에 나서 이미 1.34㎢에 대한 개발을 마치고 160개 기업이 입주시킨 상태며, 현재 6㎢에 대한 2단계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케이블 제조업체인 헹통사 관계자는 “1년간의 준비 끝에 2021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지인 150명과 중국인 10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집트가 필요로 하는 케이블을 생산하면서 이집트는 관련 제품 해외 수입이 제로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부터 공장가동을 시작한 중국 가전기업 마이디어(Midea)사 관계자는 “일부 원자재 조달에서 어려움도 있기는 했지만, 인건비가 월 평균 120달러로 저렴하다”면서 “지금은 연간 2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해 20%는 이집트 시장에서 판매하고 80%는 알제리,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계약에 따라 송금액에 제약이 따로 없지만, 대금으로 받은 이집트 파운드화를 달러화로 바꿔 송금하다보면 환차손이나 환차익이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집트 경제협력 방문에 참가한 기업과 단체(가나다순)는 △경인엔지니어링 △동인광학 △무송엘티씨 △삼부토건 △세계식품 △세진플러스 △아는소방CNC △에어라인GSA △유캐스트 △이노넷 △이스턴 R&E △이엔브릿지 △제이콥시스템 △좋은엘리베이터 △토니모리 △투쓰리세븐 △파키스탄 니자미(Nizami) 그룹 △NST 그룹 △중소기업진흥회 △한국피복협동조합 △한국호수자원연구원 등 총 21곳이다.
글:현지취재/본지편집위원/KEDA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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