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냉기류 풀리나... '난관' 속에서도 '협력' 강조

임진수 에디터 승인 2024.05.14 02:02 의견 0

한중 관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협력'을 7차례나 강조하며, '역지사지'의 정신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상호 노력'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양국 관계의 냉기류를 풀고, 협력을 통한 발전을 모색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 역시 '간섭 배제'를 언급하면서도 "중한관계 발전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수위 조절'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들은 양국이 현재의 난관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의 협력에 더 큰 방점을 두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양국의 외교 수장이 이처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한 도전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이는 한중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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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나누는 조태열-왕이 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어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갈수록 고착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13일 베이징에서 올해 들어 처음 만났다.

양측 모두 양국관계에 난관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갈등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여서 냉랭했던 한중관계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등의 표현으로 한중관계가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천400여자 분량으로 그리 길지 않은 모두발언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일곱 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부각했다.

조 장관은 특히 '역지사지 자세'를 언급하면서 "어느 한 쪽이 아닌 양쪽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왕이 부장의 표현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왕 부장은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명확히 증가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며, 우리가 힘을 합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간섭 배제'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경쟁의 일환으로 공급망 재편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끌어들이는 상황에 대한 경계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태도는 여전했지만, 상당히 완곡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왕 부장의 발언에 대해 "전반적으로 에둘러서 얘기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도 왕 부장 발언이 기존 중국입장과 같은 맥락이지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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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장관 회담 앞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다 취재진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 회담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 장관은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지 속단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관계를 관리하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 장관의 방중도 왕이 부장의 '초대'로 성사됐는데, 상대적으로 중국 측이 베이징에서의 한중외교장관회담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이 양국간 활발해지고 있는 고위급 교류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가 방한했고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리창 중국 총리가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장관의 시진핑 주석 예방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여서 아쉽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2017년 강경화 당시 외교장관의 방중 당시에도 시 주석 예방 일정이 없었던 터라 이번에 만나지 못하더라도 특별히 예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다뤄졌을 지도 관심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이 사실상 예정돼 있어 연내 별도로 방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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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장관 회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조태열 외교장관, 오른쪽 사진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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